무엇이 제안됐나

SEC 규정안 2026-81은 기업의 주주명부(share register)를 암호학적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제안합니다. 만약 이 안이 채택된다면, 토큰화된 주식은 **중개기관이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항목이 아니라, 직접적인 디지털 무기명자산(bearer asset)**이 됩니다. 이 제안에는 이전대행사(transfer agent)를 위한 엄격한 사이버보안 의무 조항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왜 ‘주주명부’ 계층이 진짜 관심사인가

지금까지 대부분의 토큰화는 기존 증권을 ‘포장(wrap)’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펀드 지분이나 국채는 전통적인 인프라 안에 실제로 존재하고, 토큰은 그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낼 뿐이었습니다.

이 ‘포장’ 방식에는 항상 두 개의 기록이 존재합니다. 이전대행사나 커스터디언이 관리하는 진짜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을 가리키는 토큰입니다.

이번 제안이 특별한 이유는, 명부 자체를 분산원장에 올려 두 번째 기록을 없애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이 경우 토큰은 더 이상 소유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토큰 자체가 곧 소유권 기록이 됩니다.

이는 단순한 포장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토큰화 옹호론자들이 수년간 이야기해왔지만, 그것을 가능케 할 규제 경로가 없었던 바로 그 지점입니다.

‘무기명자산’이라는 표현이 정확히 의미하는 것

이 표현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무기명증권(bearer instrument)은 증권법 역사에서 매우 특정한, 그리고 대체로 폐기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기명자산은 그것을 보유한 사람에게 귀속됩니다.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립하는 별도의 등록부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조세 회피에 악용되기 쉽고, 분실이나 도난 시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20세기 후반 여러 국가에서 무기명증권 발행이 규제·폐지된 것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암호학적으로 통제되는 주주명부는 이런 무기명자산과 유사한 성격을 갖습니다. 키를 통제하는 자가 자산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역사적 무기명증권과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모든 이전(transfer)이 기록되고 감사 가능(auditable)하다는 것입니다. 즉 소유가 익명이라는 무기명증권의 문제점은 유지하지 않으면서, 소유권이 중개기관의 장부가 아닌 자산 자체(토큰)에 내재한다는 특성만 가져오는 하이브리드적 성격입니다.

이전대행사에 부과된 사이버보안 의무는 정확히 이 긴장 관계 때문에 존재합니다. 명부가 곧 자산이라면, 명부를 침해하는 것은 소유권 그 자체를 침해하는 것이며, 그 실패 양상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오류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전통적인 시스템에서는 데이터베이스 기록이 손상돼도 백업이나 감사 추적을 통해 복구할 여지가 있지만, 무기명 구조에서 키가 탈취되면 원칙적으로 그 자산에 대한 통제권 자체가 이전됩니다.

규제보다 먼저 깔리고 있는 인프라

이 제안은 기존 대형 기관들이 이미 관련 배관(plumbing)을 조립하고 있는 와중에 나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순서(sequencing)**입니다. 가장 중대한 활용(주주명부 자체의 온체인화)을 허용하는 규정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장 인프라가 먼저 구축되고 있습니다. 이는 업계가 규제 승인을 기다리며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제가 열릴 것을 예상하고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들

① 어떤 원장이 자격을 갖추는가 DTCC의 기존 노액션레터(no-action letter, 규제당국이 특정 행위에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사전 확인해주는 문서)는 사전 승인된 블록체인만 허용합니다. 분산원장상의 주주명부를 허용하는 규정 역시 아마도 유사한 관문(gate)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② 주식이 허가된 그룹 밖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가 이는 이 시스템이 진정으로 개방된 시장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허가제(permissioned) 시스템에 머물지를 결정짓는 질문입니다.

③ 복구(recovery) 문제 키 분실이 곧 주식 상실을 의미한다면, 이는 소매 투자자들의 보유 자산에 있어 용납할 수 없는 리스크입니다. 그런데 복구 가능성을 재도입하는 메커니즘은, 애초에 이 설계가 없애려 했던 중개기관을 다시 불러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흥미로운 역설입니다. 무기명 구조의 핵심 장점(중개기관 배제)과 소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복구 가능성이 서로 상충하는 목표라는 것입니다.

규정안 본문이 이 질문들 중 일부에는 답을 줄 것이고, 나머지는 공개 의견수렴(public comment) 절차에서 다퉈질 것입니다.

SEC의 다른 작업들 사이에서 이 제안의 위치

이는 현재 **동시에 진행 중인 SEC의 네 번째 별도 암호자산 관련 작업(workstream)**이며, 이들은 계속 서로 혼동되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작업 중 어느 것도 의회 통과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9월 15일 클로처(cloture, 토론 종결) 표결을 앞두고 시장구조 관련 법안이 의회에서 정체된 와중에도, 이 작업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즉 SEC는 입법 없이 행정부 규정 제정 권한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을 통해 토큰화 증권 관련 규제 틀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인 일정: 서두르지 않는다

거버넌스 주도의 변화는 그 자체로 리스크를 수반합니다. 앞서 문서화된 텀 파이낸스(Term Finance) 익스플로잇 사건이 이런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여기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안(proposal)은 규정(rule)이 아닙니다. 이 정도로 구조적인 사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은 통상 60일에서 90일 정도 진행되며, 최종 규정은 그 이후로도 수개월이 더 걸립니다.

현실적인 도입 시점은 빨라야 2027년이며, 이전대행사의 사이버보안 요건만 놓고 봐도 기업들이 이를 충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이 바뀌었나 — 방향성의 전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방향성 자체입니다. 규제당국은 이제 블록체인이 기존 기록의 사본이 아니라 기록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2년 전 이 기관이 서 있던 입장과는 실질적으로 다른 위치입니다.

이 변화가 왜 중요한지 다시 짚어보면, 지금까지의 토큰화는 결국 “진짜 기록은 여전히 전통적인 시스템에 있고, 토큰은 그것을 편리하게 나타내는 파생물”이라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 제안이 실제로 채택된다면, 처음으로 토큰 자체가 법적으로 유일한 소유권 기록이 되는 사례가 생기게 됩니다. 이는 토큰화 증권의 법적 지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잠재력을 가진 변화입니다.

정리

  1. 핵심 제안: 기업 주주명부를 분산원장에서 직접 관리하도록 허용, 토큰이 소유권의 ‘증표’가 아니라 소유권 ‘기록 자체’가 되는 구조
  2. 무기명자산의 재해석: 소유는 익명 무기명증권처럼 키 통제에 귀속되지만, 모든 이전은 감사 가능하게 기록되는 하이브리드 구조
  3. 선행 인프라: ICE-tZERO, DTCC-비트고, DTCC-서클 아크 등 대형 기관들이 규정 확정 전부터 인프라 구축 중
  4. 미해결 쟁점: 자격 원장의 범위, 진정한 개방형 거래 여부, 키 분실 시 복구 메커니즘과 중개기관 배제 사이의 상충
  5. SEC 규제 지형: 의회 입법 없이 진행 가능한 네 개 병행 작업 중 하나로, 정체된 시장구조법안과 별개로 움직이는 중
  6. 현실적 일정: 제안에서 최종 규정까지 최소 2027년, 사이버보안 요건 충족까지 추가 시간 소요

이번 제안이 보여주는 것은 완성된 규정이 아니라 방향의 전환입니다. 다만 이 방향이 실제 규정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여러 구조적 질문들—특히 개방성과 복구 가능성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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